실리보다 철학이 더 중요했던 결별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한때는 미국 보수 진영을 대표하던 상징적인 연합이었습니다. 서로를 전략적 파트너로서 인식하며, 경제와 국가 혁신을 함께 설계하려던 두 인물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공통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연합은 이제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탄핵을 요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정치적 결별이자, 철학적 단절입니다.
이들의 결별은 단순한 감정 싸움이 아닙니다. 표면적으로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같은 경제 정책이 갈등을 만들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국가 재정 철학’에 대한 전면적인 충돌이었습니다. 머스크는 감세와 포퓰리즘적 지출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복잡한 흐름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1. 머스크가 먼저 고통을 감수했다 – 대규모 공무원 감축
미국의 국가 부채는 36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 위기 속에서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 ‘정부 효율성 부서(DOGE)’ 수장으로서, 대규모 공공부문 감축을 추진했습니다. 공무원 인건비와 각 부처의 고정비를 줄이고, 유사 기능 부처를 통폐합하며 연방 정부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그는 욕을 먹어가며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고, 고정비 지출을 줄이는 개혁을 감행했습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는 “다음 세대에게 부채를 넘기는 것은 도둑질”이라며 강행했습니다. 그 개혁은 당시 재정 보수주의의 상징처럼 평가받았습니다.
2. 트럼프의 감세안이 모든 걸 뒤엎었다
그런데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은 ‘One Big Beautiful Bill’이라는 감세·지출 확대 법안을 추진했습니다. 여기에는 법인세와 고소득자 세금 감면, 국방비 증액, 국경 장벽 확대, 그리고 전기차 보조금 삭감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추진했던 구조조정 노력이 전면적으로 무시된 셈이었습니다.
머스크 입장에선 모순적이었습니다. 고정비를 줄였더니, 세금도 줄이겠다고 나온 겁니다. 예산이 절약된 만큼 세수가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의 효과가 사라지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특히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까지 줄어든다면, 이는 테슬라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뿐더러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법안은 ‘소리 없이 시작된 포퓰리즘’이었습니다. 머스크는 이를 “역겨운 괴물”이라고 불렀습니다.
3. 일론에게 감세는 유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나 고소득자 세금 감면은 머스크에게 '실리적으로는' 유리한 정책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세계 최고 부자 중 하나이며, 테슬라의 법인세 경감도 수익에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이익을 포기했습니다. 그의 분노는 '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원칙'을 배반당했다는 데서 온 것이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삭감이라는 산업적 타격은 물론, 트럼프가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보수의 가치를 배신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리보다 '원칙'이 먼저였던 겁니다. 결국 폭발한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는 역겨운 괴물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법안을 강하게 비난했고, “부통령 JD 밴스가 대통령직을 이어받아야 할 수도 있다”며 탄핵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이에 트럼프는 “머스크는 미친 사람”이라며 대립했고, 테슬라와의 계약 해지를 시사했습니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엡스타인 리스트에 이름이 있다는 의혹까지 언급하며, 신뢰를 완전히 거두었습니다.
4. 트럼프의 분노, 그리고 테슬라 주가의 폭락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한 이유는 단순히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머스크는 불과 몇 달 전까지도 트럼프 캠프에 3억 달러 가까운 자금을 지원했고, 캠페인 전용 SNS 인프라까지 제공했던 주요 동맹이었습니다. 그 동맹이 돌연 등을 돌리고 ‘탄핵’을 외친 것은 명백한 정치적 배신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대통령이 된 줄 착각하고 있다”고 비꼬았고, 테슬라 차량을 소유한 것을 부끄럽다고 언급하며 불매를 시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수 유권자층에서는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확산되었고, 일부 극우 유튜버는 테슬라 주차장 화형 퍼포먼스까지 벌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갈등으로 인해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무려 14%나 폭락했습니다. 머스크 개인의 순자산은 단 하루 만에 약 330억 달러가 증발했고, 월가 일부에서는 ‘머스크 리스크’가 다시 시장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결별은 미국 보수 진영의 전환점이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결별은 개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미국 보수 진영 내부의 철학적 전환을 드러냅니다. ‘작은 정부와 재정 건전성’을 외치던 보수 정치가, ‘포퓰리즘 감세’로 방향을 바꿨고, 이에 실리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머스크가 등을 돌린 것입니다.
지금 이 싸움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머스크의 선택은 우리에게도 많은 고민을 던집니다. 이익을 쫓을 것인가, 원칙을 지킬 것인가.
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철학입니다. 철학을 버리는 순간, 그 정치는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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