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상속세를 바꾸려고 했을까?
한국의 기존 상속세 제도는 '유산세 방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돌아가신 분이 남긴 전체 재산에 세금을 먼저 계산해 보고, 그다음에 그것을 상속인들이 나눠서 내는 구조"입니다. 즉, 세금 계산 기준은 상속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의 전체 재산입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기본 상속세율은 10-50%이고, 상속받은 금액이 커질수록 세율도 올라가는 누진세 구조입니다. 게다가 일정 조건에서는 할증도 붙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최대주가 보유한 지분을 상속할 경우 할증 평가가 들어가서 제금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이것이 삼성 전 이건희 회장 상속 때 '세금 12조'가 나온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재산이 일정 금액 이하라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됩니다. 배우자 상속시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 가능하며, 자녀 상속 시 기본 공제 5천만 원과 추가 인적 공제를 해줍니다. 그래서 상속 재산이 3-5억 원 수준이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되거나 소액만 내면 됩니다. 문제는 자산이 10억 원 이상이 대상일 때부터입니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6개월 이내에 납부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지불해야 하는 세금이 크다면 연부연납(분할 납부) 제도가 있습니다. 최대 5년 까지는 나눠서 납부를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이 없고 대부분이 부동산 자산인 경우엔 집이나 건물, 주식, 등을 팔아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것을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자산 매각 부담'이라고 부릅니다.
이 당시, 사람들은 세율이 너무 높고, 현금은 없는데 부동산만 있으면 파산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기업을 물려주려는 중소, 중견기업은 아예 문을 닫을 수도 있어서 '상속세가 너무 가혹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한국의 상속세는 전체 재산에 세금 먼저 계산하는 구조(유산세)이고, 세율도 세계 최고 수준 중 하나입니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세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부의 대물림은 막을 수 있지만,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공존하는 세금인 것입니다.
2. 상속세, 무엇이 바뀌었나?
정부는 기존 상속세가 부담이 너무 크고,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산가들의 투자, 승계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개편에서는 구조 자체를 수정하였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상속세 기준을 바꾸는 것입니다. 기존의 전체 재산 기준이 아니라 실제로 상속인이 받은 금액 기준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이전 유산세를 기준으로 했던 상속세와 개편 된 유산취득세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유산세 기준으로 하면 '돌아가신 분의 전체 재산'을 세금으로 계산하여 나눕니다. 그렇게 되면 상속인은 많아도 세금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게 되면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금액'을 각각 따로 세금 계산하여 상속인이 많을 경우, 납부하는 세금 부담을 줄어들게 해 줍니다.
예를 들어서 기존 방식에서는 돌아가신 분에게 재산 15억이 있었다면, 15억 전체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것을 상속인들이 나누어서 냅니다. 반면, 돌아가신 분에게 재산이 20억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15억을 상속자 3명이서 나눠 받게 되면 각각 받은 5억에 대해 따로 세금을 부과받게 됩니다. 이렇게 상속세가 개편안이 되면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세금은 줄어들게 됩니다.
3. 여전히 남은 논쟁
상속세 개편안은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상속자들이 많을수록, 가족구성원들이 많을수록 세금이 나눠지니까 세금 납부에 대한 부담감도 완화됩니다. 또한 상속세가 줄어들면서 소비, 투자에 여유성이 생기고 되고 특히 중산층에 있던 사람들과 중소기업들이 파산할 위험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상속세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상속을 많이 받는 집안일수록 세금 납부금액이 줄어드니까 '부의 대물림'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또한 세금 걷히는 돈도 줄어듭니다. 이는 곧 국가 재정에 영향을 주고, 복지나 공공서비스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개인적으로 불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려의 내용은 '부자들에게 더욱 많이 세금을 납부하게 해서 그 돈으로 나라 살림을 운영합시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최근 나왔던 국민연금만 보아도 젊은 세대층에는 가뜩이나 적은 내 월급이 세금으로 더 많이 빠져나간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의 급여보다 그 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이른바 '부자'들은 불만이 없을까요? 일반 월급 받은 사람들과 그들이 '부자'라고 묶어서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상속세는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나요?
저는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속세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중납부세금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내는 세금에 추가적으로 부자라는 이유 하나로 세금을 또 납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부자들은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 양도세라는 이름으로 일반 국민들 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창업해서 수천 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수십 년을 피땀 흘려 일해서 자산을 일군 것입니다. 그런데 사망 한 직후에도 그 자산에 또 세금을 물리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식한테 땀의 대가를 넘기는 것까지 '불평등'이라고 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부자들을 향해서 계속해서 세금을 납부하라고 강요한다면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모든 부자들과 기업들은 한국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일자리를 잃은 이 나라 국민들이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자식들이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도 자식들에게 학벌, 재력 등등을 지속적으로 물려주려고 합니다. 대분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력에도 세금을 매긴다고 하면 그들은 정부를 적대적으로 대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상속세가 부자들에게 유리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부자에게서 세금을 걷지 못하면 복지가 약해지고, 국력이 약해지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자뿐만 아니라, 전체 소득과 자산이 성장해서, 자연스럽게 세금이 많이 걷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많은 국민이 좋아할 만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거나 성장보다 분배만 외치는 정치는 결국 국가 전체를 가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속세는 결국 '부자를 보호하자' vs '공정한 분배를 하자'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를 부유하게 만드느냐"라는 질문으로 가야 됩니다.
기존 상속세가 완화되어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상속세를 점점 없애는 방법으로 가고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