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대미투자 계획
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부터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31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투자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해 온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인 4월 2일을 앞두고 나온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이번 신규 대미투자계획은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첫 번째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그 이후로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왔으며, 현재 50개 주 전역에서 57만 개 이상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오늘 저는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추가로 발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는 우리가 미국에 진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투자입니다. "
현대차 그룹의 대미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로봇기술이라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직접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의 구체적인 대미투자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이라고 하는 조지아주 메가 프로젝트입니다.
위치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로 투자액은 약 7조원 규모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의 첫 미국 내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으로 연간 약 30만 대 생산 목표 및 기아, 제네시스 포함 전기차 전 라인업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장은 2025년 가동 예정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LG에너지설루션과 합작하여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위치는 똑같이 조지아주에서 진행되며 투자액은 약 5조원 규모입니다. 이곳에서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 자체 생산과 연간 30 GWh 이상 생산으로 전기차 30만 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추가 배터리 생산 파트너십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SK온, 삼성 SDI 등과도 협력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배터리 공급망 내재화 및 미국 내 분산화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IRA법에 따른 현지 생산 비율 충족을 위한 조치를 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네 번째. 모빌리티 및 자율주행 기술 개발 투자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로봇), 자율주행 등에 지속 투자 ,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AI,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M&A 및 연구소 확충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은 현대차 그룹의 최대 해외 투자 국가이자 사업 국가이며, 미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제조업 재건 등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대응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미국에서의 최고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전략입니다. 무엇보다 다각적인 미국 현지 사업기반 확대를 통해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상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신뢰도를 높여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입니다.
국내 현대제철의 직장폐쇄
현대제철이 최근 파업에 나선 노조에 대한 방어적 조치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분 직장 폐쇄를 단행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지난해 9월 현대제철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시작했었습니다. 현대제철은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이 감소하여 3년 전 1조 6천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최근에는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현대제철은 이러한 재무적 어려움으로 인해 더 이상의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사는 노조와의 원활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1인당 평균 2650만원의 성과급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기본급의 450%에 해당하며 추가로 1000만 원의 일시금을 포함한 금액입니다.
그러나 노조는 현대제철의 인당 영업이익이 기아자동차보다 높았던 시기에도 성과급이 낮았으며 최근에는 적자가 난 회사들보다도 성과급이 낮게 책정되었다고 주장하며 형평을 강조했습니다. 이후 노조는 당사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높은 액수를 제안하였습니다. 그것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성과급 수준에 준하는 1인당 4000만 원대의 성과급이었습니다. 이는 기본급의 500%와 추가 일시금을 포함한 금액입니다.
이후 1월 21일 노조는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멈추는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총파업과 일시적 작업 중단을 반복했습니다. 이에 현대제철은 약 한 달 뒤인 2월 24일 낮 12시부터 냉연 공장 문을 걸어 잠겄습니다. 현대제철이 폐쇄한 공정은 산세 압연 설비 라인으로 열연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없애고 사전 압력을 하는 설비였습니다. 연속 공정의 특성상 해당 설비가 멈추면 소재가 없어 후 공장 가동도 불가능합니다.
노조와 현대제철은 생산 중단으로 인한 누적 손실이 커지자, 현대제철은 3월 12일부터 직장폐쇄를 해제하였고, 노조도 3월 13일부터 파업을 철회하고 임금,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회사가 성과급 관련해서 제안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지키지 않았다며 노조는 또 다시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제철 역시 한계점에 도달한 듯 50세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으며 비상체제에 돌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는 왜 미국에 투자를 하는 걸까?
현대제철이 제철소를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짓기로 결정한 이유는 단순히 해외 확장이 아니라 국제 경쟁력, 정책 리스크, 산업 흐름 변화를 모두 고려한 판단입니다.
미국은 IRA에 따라 현지에서 제조된 부품과 소재에만 세금 혜택을 줍니다. 자동차 강판도 전기차 부품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현지에서 철강을 생산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인데,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늘리니까 강판도 현지에서 조달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정책적으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은 철강 수요가 탄탄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철강 수요 대비 자국 생산능력이 부족해서 고급 철강재는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전기차, 건설, 에너지 인프라에서 고품질 자동차용 강판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데, 미국 내 공급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선점할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국에는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는 것도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 입니다. 강성 노조와의 협의가 이루 어지 않으면서 반복되는 폐업으로 인한 손실리스크도 있고,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고로 방식은 탄소 배출이 많아서 탄소국경세 같은 글로벌 환경 규제로 수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전기로 방식을 써서 친환경 공장에 전기세도 저렴하여 생산 조건이 더 유리해집니다.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추가적을 설명을 하자면 고로 방식은 철광석과 석탄을 15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녹여서 쇳물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대규모 생산에 적합하고 품질도 좋아서 자동차 강판 같은 고급재 생산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 배출량, 석탄을 태우기 때문에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미국의 전기로 방식은 고철을 녹이는 방식입니다. 석탄 없이 전기를 사용해서 녹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훨씬 적습니다.
이러한 모든 사항을 종합했을 때,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앨라배마,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생산을 하게 되면 강판도 근처에서 생산해야 물류비, 납기 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품질관리도 쉬워지게 됩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 전체 공급망 최적화를 위해서라도 현대제철의 미국 진출은 필수적입니다.